2026년 3월 20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이 숫자 하나를 기록했습니다. 1,400만. 배급사 쇼박스가 공식 확인했습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개봉 45일 만에 누적 관객 14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흥행 기록이 아닙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1393만명)을 밀어내고 역대 전체 박스오피스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이 한국의 조선 시대 사극 영화 앞에 자리를 내준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관객은 극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 — 이제 세 편만 남았다
왕사남 앞에 남은 벽은 단 세 개입니다. 현재 추세라면 이번 주말 안에 3, 4위를 동시에 넘어설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 순위 | 영화 | 누적 관객 | 상태 |
|---|---|---|---|
| 1위 | 명량 (2014) | 1,761만명 | 🏔️ 최후의 벽 |
| 2위 | 극한직업 (2019) | 1,626만명 | 🎯 목표 사정권 |
| 3위 | 신과함께-죄와 벌 (2017) | 1,441만명 | ⏳ 이번 주 돌파 예상 |
| 4위 | 국제시장 (2014) | 1,425만명 | ⏳ 이번 주 돌파 예상 |
| 5위 🆕 | 왕과 사는 남자 (2026) | 1,400만명+ | ✅ 오늘 달성! |
| (前 5위) |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 | 1,393만명 | 🥊 왕사남에 자리 내줌 |
헤럴드경제는 현재 흥행 추세를 분석하며 “이번 주 내 3위 ‘신과함께-죄와 벌’과 4위 ‘국제시장’을 모두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평일에도 약 20만 명이 꾸준히 찾는 롱런 흥행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영화길래 — 단종과 엄흥도의 이야기
왕사남은 1457년 강원도 영월 청령포를 배경으로 합니다.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된 열다섯 살 단종(박지훈 분)과, 그 유배지에 자처해 머물며 어린 왕을 곁에서 지키는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의 이야기입니다.
역사 속 엄흥도는 단종이 사약을 받고 승하한 뒤, 아무도 손대지 못하던 시신을 몰래 거두어 장례를 치른 실존 인물입니다. 목숨을 걸고 왕을 섬긴 그 충절이 500년이 지난 2026년, 스크린 위에서 1400만 명의 가슴을 울린 것입니다.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유해진·박지훈 외에 유지태, 전미도, 이준혁, 안재홍, 오달수 등 탄탄한 배우진이 함께했습니다. 개봉일은 2026년 2월 4일, 설 연휴 직전이었습니다.
흥행 속도가 더 놀랍다 — 기록 타임라인
단순히 많이 본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빠르게 봤는지가 이 영화의 진짜 파괴력입니다.
| 기록 | 달성일 | 개봉 후 |
|---|---|---|
| 600만 돌파 | 2026년 2월 24일 | 개봉 20일째 |
| 1000만 돌파 | 2026년 3월 6일 | 개봉 30일째 |
| 1200만 돌파 (파묘 넘어섬) | 2026년 3월 11일 | 개봉 36일째 |
| 1300만 돌파 | 2026년 3월 15일 | 개봉 40일째 |
| 1400만 돌파 (어벤져스 꺾음) | 2026년 3월 20일 | 개봉 45일째 |
1300만에서 1400만까지 불과 5일이 걸렸습니다. 가속이 붙기는커녕 속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오전 11시 30분 기준 예매 관객수만 이미 약 16만 2000명에 달합니다.
극장 밖까지 번진 효과 — 영월이 들썩인다
왕사남의 파급 효과는 극장 스크린 밖으로도 뻗어나갔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영월 지역 관광 연계 업종 2161개 점포의 KB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영화 개봉 이후 4주간 매출이 개봉 전 같은 기간 대비 35.7% 증가했습니다. 숙박·음식점 업종은 무려 52.5% 급증했습니다.
청령포와 장릉을 찾은 관광객은 영월군 전체 인구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영화 한 편이 인구 3만 8000명의 강원도 소도시를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것입니다.
파급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조선왕조실록’을 키워드로 한 도서 판매량이 개봉 전 대비 2.9배, 전년 동기 대비 2.1배 증가했습니다. 영화가 역사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엄흥도와 관련된 1733년 고문서가 국립중앙도서관 특별전을 통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이례적인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장항준 감독 “140만도 겨우 상상했는데…”
이 모든 성과를 이뤄낸 장항준 감독의 반응은 오히려 차분했습니다.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그는 1400만 돌파 심경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140만 명도 겨우 상상하는 판인데 1400만은 쉽지 않다. 이렇게 큰 성공은 꿈꾸기 어려운 경지다.”
— 장항준 감독, MBC ‘손석희의 질문들4’
옆에 있던 배우 유해진은 “신기록을 떠나라”며 격려의 농담을 건넸고, 장 감독은 “매일 스코어를 체크한다”며 관객 한 명 한 명에 대한 감사함을 드러냈습니다. 장 감독의 아내이자 드라마 작가인 김은희 씨는 남편에게 말조심을 당부했다고도 전해집니다.
장 감독은 2000만 관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골목에 한 집만 번성하는 건 그 골목에 좋지 않은 일”이라며, 함께 만든 동료 감독들의 영화도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다음 목표 — 1500만, 극한직업, 그리고 명량
현재 예매 속도와 주말 관객 유입 추세를 고려하면, 전문가들은 1500만 돌파도 현실적인 목표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안에 3위(신과함께·1441만)와 4위(국제시장·1425만)를 모두 넘어선다면, 2위 극한직업(1626만)이 다음 목표가 됩니다.
1위 명량(1761만)은 12년째 넘볼 수 없는 벽으로 남아있지만, 왕사남이 보여준 지금의 흥행 속도라면 어떤 이야기도 섣불리 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왕사남은 팬데믹 이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다 관객 동원작이라는 기록도 이미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기록이 있습니다. ‘왕의 남자'(2005),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 이어 제목에 ‘왕’과 ‘남자’가 들어간 조선 시대 사극 영화 세 편이 모두 천만을 돌파하는 기묘한 기록도 함께 세웠습니다.
마치며 — 왜 지금, 이 영화인가
1400만이라는 숫자 너머에는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왜 하필 2026년에, 500년 전 유배지 이야기가 이토록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을까요.
어쩌면 답은 단순합니다. 목숨을 걸고 곁을 지킨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홀로 감당해야 했던 어린 왕의 이야기.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이유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왕사남의 흥행은 그 증거입니다.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 이번 주말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