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TSMC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까요? 이 틈새를 다른 회사들이 과연 파고들 수 있을런지…..
아이폰 제조사 애플이 자체 설계 칩의 생산 일부를 인텔에 맡기기로 초기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칩 일부를 인텔 파운드리 시설에서 생산하는 내용으로 예비합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0년간 TSMC에 의존해온 애플의 공급망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 칩은 곧 TSMC였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 애플이 직접 설계한 모든 칩은 대만 TSMC의 공장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예외가 없었습니다.
그 공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반도체 업계에서 한때 몰락 위기에 몰렸던 인텔에 의해서.
1년 이상의 협상 — 예비합의 단계까지 왔다
애플과 인텔은 애플 기기에 탑재되는 칩 일부를 인텔의 파운드리 시설을 통해 생산하는 내용의 예비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양사는 칩 생산과 관련해 1년 이상 집중 협상을 벌여왔고, 최근 수개월간 공식 계약 내용을 다듬었습니다.
아직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인텔이 애플 칩 가운데 어느 제품을 생산하게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1년 이상의 협상 끝에 예비합의까지 왔다는 것은 단순한 탐색 단계를 넘어섰다는 신호입니다.
왜 지금인가 — TSMC 공급 한계가 임계점에 달했다
애플이 인텔을 찾아간 이유는 하나입니다. TSMC가 감당이 안 됩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아이패드, 맥을 비롯한 주요 제품용 칩을 설계한 뒤 대만업체 TSMC에 생산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최근 추가적인 칩 공급업체를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엔비디아를 비롯한 여러 반도체 설계업체들의 AI 칩 주문이 늘면서 애플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팀 쿡 CEO가 직접 인정했습니다. 쿡 CEO는 지난달 30일 1~3월 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시스템 온 칩(SoC)이 생산되는 선단 공정 가용성 탓에 공급 제약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4∼6월 분기에는 이와 같은 공급 부족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AI 서버 수요가 폭발하면서 TSMC의 첨단 공정 라인은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에 먼저 배정됩니다. 연간 2억 대 이상의 아이폰을 출하하는 애플도 더 이상 우선순위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트럼프의 개입 — 정치가 공급망을 바꿨다
이번 합의의 숨은 주역은 트럼프 행정부입니다.
이번 예비합의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노골적인 지원이 자리합니다. 미 정부는 지난해 약 90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인텔 주식으로 전환해 약 10%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팀 쿡 애플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머스크 CEO 등과 만나 인텔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직접 권유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정부의 목표는 파운드리 주도권의 본토 회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인텔을 좋아한다”며 “우리가 인텔에 들어가자마자 애플과 엔비디아가 들어왔고, 많은 유능한 인재들도 들어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기업 간 계약이 아닙니다.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빅테크 기업들을 인텔로 끌어모으는 국가 전략의 일환입니다.
인텔 입장 — 파운드리 재건의 분수령
인텔에게 이번 계약은 생사가 걸린 문제입니다.
파운드리 약체로 평가받던 인텔이 최근 애플·엔비디아·테슬라 등 빅테크 물량을 잇달아 끌어안으며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제조업 부활’ 전략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재건을 추진해왔습니다. 애플 칩 생산 수주 시 회복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인텔은 애플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테슬라 등과도 수탁 생산 계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수치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 보여줍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내 인텔의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1% 미만의 존재감으로 추락한 상태에서 애플 수주는 단순한 계약을 넘어 존재 증명입니다.
6년 만의 재결합 — 그러나 아이러니한 역사
애플·인텔, 6년 만에 다시 ‘동맹’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관계는 복잡합니다. 애플과 인텔은 2006~2020년까지 맥용 프로세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애플이 자체 설계 칩으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결별했습니다.
그리고 더 아이러니한 역사가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 첫 출시를 준비하면서 인텔에 스마트폰용 칩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인텔이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인텔이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반도체 업계의 지형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 거절이 인텔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회자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제 6년 만에 애플이 다시 인텔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번엔 인텔이 거절할 처지가 아닙니다.
삼성 파운드리도 검토 중 — 3파전으로 확대
인텔만이 아닙니다.
애플은 인텔 외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와도 칩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애플은 최근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을 방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SMC 독점에서 TSMC + 인텔 + 삼성의 3파전 공급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각 파운드리와의 가격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남은 숙제 — 품질과 수율의 벽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양산 품질 및 수율 입증이라는 관문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인텔의 파운드리 역량은 TSMC와 아직 격차가 있습니다.
예비합의가 실제 양산 계약으로 이어지려면 인텔이 애플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애플은 칩 하나의 불량률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진 고객입니다.
인텔이 어떤 칩을 생산하게 될지도 아직 모릅니다. 아이폰의 메인 AP인 A시리즈를 맡을 가능성은 낮고, 비교적 기술 난이도가 낮은 연결 칩이나 특수 목적 칩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더 큰 그림 — 미국 반도체 제조업 부활 전략
이번 합의를 개별 기업의 거래로만 보면 절반만 보는 것입니다.
한때 몰락 위기에 놓였던 인텔 파운드리가 최근 애플·엔비디아·테슬라 등 빅테크 물량을 잇달아 끌어안으며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제조업 부활’ 전략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지금 지정학적 무기가 됐습니다. 대만에 집중된 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는 미국 입장에서 가장 큰 안보 리스크입니다.
인텔을 통해 미국 본토에 첨단 파운드리를 구축하고, 애플·엔비디아·테슬라 같은 빅테크를 고객으로 유치해 그 공장을 돌리는 것 — 트럼프 행정부의 청사진입니다.
마치며 — TSMC 시대의 균열, 반도체 지형이 바뀐다
TSMC가 첨단 파운드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지정학과 공급 부족이 그 균열을 만들었습니다.
애플이 인텔을 선택한 것은 인텔이 갑자기 TSMC보다 좋아져서가 아닙니다. TSMC만으로는 더 이상 안정적인 공급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라는 정치적 계산도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예비합의에서 실제 양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 합의가 최종 계약으로 이어진다면, 반도체 공급망의 지형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2026년 5월 12일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애플과 인텔의 칩 생산 합의는 현재 예비합의 단계로, 생산 대상 칩과 최종 계약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최신 정보는 월스트리트저널 및 각사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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